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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태도와 예리한 시선이 공존하는
진짜 어른이 만난 사람 이야기
“내가 알고 있다고 여긴 것은
사람의 실체가 아니라
동굴 벽면에 비쳐진 사람의 그림자에 불과한 것이었구나…”
저자는 오랫동안 언론인이자 교수로 살았다. 그런 지식인이 쓴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겸손한 고백을 만나는 일은 흔치 않다. 그는 ‘용기’를 내 이 책을 썼지만 본인이 아는 것을 진리라고 고집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소위 말하는 ‘꼰대’와는 거리가 멀다. 자신의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진정한 어른이자 지식인의 태도가 이 책 전체에 흐르고 있다.
조심스러우면서 섬세한 저자의 시선은 보통 사람들이라면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부분을 예리하게 캐치한다. 물론 그 예리함은 상대방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가 만난 사람들의 숨겨진 재능, 인성, 용기를 응원하고 진심으로 존경하는 데 반짝인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에세이 작가 사노 요코는 바로 그런 저자의 응원을 40년 동안 편지로 주고받았다. 저자는 거의 반세기 전 사노 요코를 만났고 그와 주고받은 편지를 잡지에 번역해 소개했다. 사노 요코의 매력을 누구보다 먼저 발견하고 많은 글을 쓰도록 독려했던 저자는 그의 편지가 혼자 읽고 버리기엔 너무나 아깝고 재미난 글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엔 일본에서도 사노 요코가 무명인 시절이었다. 추후 그들이 주고받은 편지가 《친애하는 미스터 최》라는 책으로 엮이기도 했다.
예술에 대한 감각도 예리한 저자는 예술가를 보는 안목도 남달랐다. 1980년대 기자로 재직했을 당시 음악기행문 연재를 위해 떠난 이탈리아 여행에서 폴란드의 존경받는 작곡가 크쉬스토프 펜데레츠키를 만났다. 물론 저자는 그 이전부터 펜데레츠키의 음악을 감명 깊게 들었고, 강대국에 의해 침략당한 공통점을 가진 폴란드인 펜데레츠키에 끌렸다. 추후 1992년 8.15 경축식을 위한 음악을 작곡할 사람을 소개해 달라는 제안을 받은 저자는 “외세의 압제로부터 해방된 민족만이 느끼는 파토스를 세계에서 폴란드인 이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에게 펜데레츠키를 적극 추천했다. 이를 기꺼이 받아들인 펜데레츠키는 한국을 위해 교향곡 5번 를 작곡했다. 당시 한국 청중은 공연장을 모두 채웠고 따뜻한 환호를 보냈다.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독재 국가와 민주 국가를 거쳐 온 저자의 인생 여정이 고스란히 그려지는 이 책은 그 자체만으로도 술술 읽히는 이야기 모음집이지만 동시에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기록물이다. 기자 출신인 탓도 있겠지만 그 오래전 일을 아직도 생생하게 표현하는 저자의 기억력에 감탄하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바로 어제 일처럼 펼쳐지는 저자의 사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 여러분의 인생과 인연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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